좋은 글

길 위에서의 생각

lunlim 2006. 9. 12. 10:58

 

  

       
    길 위에서의 생각
   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 하고
   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
   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
   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다
   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
   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간다
   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 하고
   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 한다
   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
   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
   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
   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
   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 한다
   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 하고
   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
    류시화
    

 

 

 

'좋은 글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카르페 디엠  (0) 2007.03.03
존재 지향적인 삶  (0) 2007.02.15
가슴 아픈 것은...  (0) 2007.01.06
빈 들녘 처럼  (0) 2006.12.23
사람이 그리운 날에  (0) 2006.12.14