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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는 꽃을 위하여

lunlim 2007. 10. 18. 22:58
 

 

 

   지는 꽃을 위하여


   잘 가거라, 이 가을날
   우리에게 더이상 잃어버릴 게 무어람
   아무 것도 있고 아무 것도 없다
   가진 것 다 버리고 집 떠나
   고승이 되었다가
   고승마저 버린 사람도 있느니
   가을꽃 소슬히 땅에 떨어지는
   쓸쓸한 사랑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
   이른 봄 파릇한 새 옷
   하루하루 황금옷으로 만들었다가
   그조차도 훌훌 벗어버리고
   초목들도 해탈을 하는
   이 숭고한 가을날
   잘 가거라, 나 떠나고
   빈들에 선 너는
   그대로 한 그루 고승이구나

   문정희

 

 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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