끝끝내 닿지 못할 막막함으로
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 있는
달력 속의 날짜, 11月
산막처럼 텅 빈 글자의 행간으로 가을은
차츰 침묵의 심지를 낮춘다
거리에 나서면 바람이 끌다버린 나뭇잎 우수수
목조 벤치 아래 굴러 다니고
아직 채 옷깃 여미지 못한 목덜미 속으로
방촌역 차단기 앞에 멈춰 선 저녁안개 감겨온다
시간이여 계절이여
꿈꾸었던 것들과 제때에 닿는 일 드믈고
모든 소원하는 것들은 뿔뿔 흩어지거나
뒤늦게 이루어졌다
홑이불처럼 가난한 마음 위에
누덕누덕 그리움만 차 오르고
빈 수레 가득 흰 이슬 날리며 바람떼는
어느 멀고 나지막한 마을로 떠나간다
바닥 드러낸 등잔처럼 희미한 내 그림자
막다른 골목처럼 서늘히 서 있는데..
11월 / 이해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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